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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그리고, 제자가 소장한 그림첩- 석정진묵石亭眞墨

  • 작성자플랜아이
  • 작성일 2023.04.27
  • 조회수265
스승이 그리고, 제자가 소장한 그림첩- 석정진묵石亭眞墨<br/>- 민길홍(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br/>총 24점의 수묵화가 담긴 그림첩의 표지에 적힌 이름은 ‘석정진묵石亭眞墨’이고, 그 아래에 ‘호문당진장好問堂珍藏’이라 적었다. 김제 출신 19세기말~20세기초 서화가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0~1910) 선생의 그림들을 모은 것인데, 호문당은 이정직 제자였던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1882-1956) 선생이 만년에 후학을 양성했던 김제 요교정사에 편액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송기면의 당호堂號로 보인다. 이 그림들은 이정직이 그린 것으로, 송기면이 소장한 것이다. 송기면은 스승 이정직이 세상을 떠날 때 눈물로 절절한 애사哀辭를 지을 만큼 이정직을 존경하고 따르던 제자였다. 그 둘의 각별한 관계가 이렇게 화첩 속에 남았다. 이정직은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며 근대 전북 서화의 새로운 국면을 이끈 인물이다. 이정직 이전에는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 서화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직은 마땅한 스승이 없이, 전해오는 서화첩을 스승으로 삼아 자신만의 경지를 만들어 갔고, 20세기 이후 전북이 예향禮鄕으로 거듭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정직은 주로 화훼花卉 · 사군자四君子와 괴석怪石을 즐겨 그렸다. 글을 읽고 쓰는 문인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였다. 필력을 통해 그림의 깊은 맛을 살릴 수 있었고, 그 맛은 그동안 공부해 온 독서량과 내공에서 우러나온다고 보았다. 이정직은 난을 그린다고 할 때, ‘화畫’ 대신에 ‘사寫’라고 하였다. 외형을 묘사하는 ‘그리다’ 대신에 글씨는 쓸 때처럼 ‘쓰다’를 선택한 것이다. 전통적인 문인화론을 계승하고자 한 그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br/>“난을 치는[寫]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일이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일이 아니다. 글을 아는 자가 아니라면 난을 충분히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난을 그린다[畫蘭]고 말하지 않고 난을 친다[寫蘭]고 말하는 것이다.” <br/>이정직, 「사난소화寫蘭小話」, 『연석산방미정문고燕石山房未定文藁』<br/>이 화첩은 총 96면으로 이루어졌다. 6면씩 세로로 대나무와 바위를 그리거나, 2면에 걸쳐 가로로 돌려 꽃과 바위를 그리기도 하였다. 때로는 세로로, 때로는 가로로 화면을 활용하면서 연꽃, 모란, 매화, 국화, 영지, 소나무, 파초, 괴석, 대나무 등 다양한 장르를 그렸다. 매 폭마다 두 개의 인장, ‘의자손宜子孫’, ‘석정石亭’을 찍었고, 소재와 어울리는 시를 곁들였다. 세로로 그려진 대나무는 병풍으로 장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정직 작품들은 이처럼 방향을 돌려 접어서 화첩으로 장황한 예가 여러 점 전한다. 장황 비용도 절약하고, 평상시에 보관하기에도 더 편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한 먹과 연한 먹을 조화롭게 구사하고 생동감 있게 화면을 구성하여 대상을 그려 낸 이 화첩은 이정직이 얼마나 자유자재로 붓과 먹을 구사하였 는지를 알게 한다.  이정직에게서 시작된 큰 흐름은 그의 제자였던 벽하碧下 조주승趙周昇(1854-1903), 표원表園 박규환朴奎睆(1868-1916),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1882-1956), 오당五堂 강동희姜東曦(1886-1963), 설송雪松 최규상崔圭祥(1891-1956), 유하柳下 유영완柳永完(1892-1953), 학헌學軒 최승현崔承鉉(1893- 1979) 등에게로 이어졌다. 송기면은 제자들이 앞다투어 스승 이정직 선생을 찾아 계단에는 신발이 그득하였다고 하였다. 그 제자들은 이정직을 본받아 사군자와 글씨에 힘써 전북 서화 세계를 풍요롭게 하였다. 이를 통해 지금 전라북도 지역은 꾸준한 서예의 맥이 흐르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br/>*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관 선비서예실에 전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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