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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넘어 깨달음으로 정진했던 나한羅漢에게로

  • 작성자플랜아이
  • 작성일 2023.01.27
  • 조회수235
번뇌를 넘어 깨달음으로 정진했던 나한羅漢에게로<br/><br/><br/>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 〈깨달은 수행자, 나한_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석조 나한상 90점을 모은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관람객을 만난다. <br/><br/>고독한 수행으로 깨달은 자, 나한을 떠올림 <br/>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되는 요즘이다. 관람객의 발길이 멈추었던 박물관도 잠시의 적요寂寥에서 깨어나, 고독한 수행을 통해 모든 번뇌를 끊고 자유에 이른 불교의 수행자 나한을 떠올렸다. 나한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하여 인간으로서는 가장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자들로, 열반涅槃에 들어 부처가 될 수 있었지만 중생 곁에 남아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보살핀 존재다. 나한은 부처와 보살에 비해 도상의 법식에서 자유로워 그 얼굴과 자세 표현이 다채롭다. 단단하고 변함없는 재료에 새겨진 다양한 나한의 얼굴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br/><br/>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 <br/>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된 나한상들은 전라도와 강원도의 석조 나한상으로,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영월 창령사蒼嶺寺 터 오백나한과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나주 불회사佛會寺, 담양 서봉사瑞峯寺 터 나한상을 비롯하여 남원 실상사實相寺 서진암瑞眞庵 나한상들이다. <br/>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수년 전 부터 국립춘천박물관 브랜드 소장품으로서 충실한 전시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작가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전라도 나한상들도 이에 못지않은 조형미와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서봉사 터 나한상의 소년을 닮은 미소, 불회사 나한상의 인상적인 얼굴들, 서진암 나한상의 굳건함을 감상해보자.<br/><br/>나한과 마주봄: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 <br/>‘나한’은 본래 고대 인도 말인 산스크리트어 ‘Arhat’의 발음을 한자로 바꾼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존경할 만한 자’, ‘번뇌를 없애는 자’를 뜻한다. 나한은 처음 깨달은 예류과豫流果, 단 한 번만 미혹에 빠지는 일래과一來果,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불환과不還果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마지막 깨달음의 경지인 아라한과阿羅漢果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심오한 불법으로 체계화된 부처와 보살보다 부처의 제자로 수행했던 나한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로써 나한은 좋지 않은 일을 물리치고, 바라는 일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우리나라에서는 1,000년의 세월 동안 추앙되어 왔다. <br/>전시의 처음은 전라도와 강원도의 나한상을 지역이나 출처 사찰 구분 없이, 다만 나한과 관람자가 일대일로 마주하는 구성으로 연출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나한 얼굴에 나타난 잔잔한 기쁨과 즐거움, 놀람과 두려움은 깨달음의 경지가 신과 같이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하게 한다. 일상을 사는 우리도 수행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뿌듯한 희망을 갖게 한다. <br/>나한의 얼굴을 마주하며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을 내디뎌 본다. 고독한 수행으로 마침내 자유로워졌지만, 다시 중생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나한의 이타행利他行을 기억하면서. <br/><br/>돌로 만들어 닮았지만, 제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는 나한상들 <br/>첫 번째 전시실에서 희로애락을 담은, 내 마음을 닮은,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은 나한의 얼굴을 마주했다면, 두 번째 방에서는 전라도와 강원도 각 사찰별로 나한상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br/>창령사 터 나한상은 2001년에 강원도 영월의 폐사된 절터에서 발굴되었다. ‘蒼嶺(창령)’이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기와와 함께 나한상 317점을 포함한 328점의 불교 존상이 나왔다. 희로애락을 담은 갖가지 표정 위로 해탈한 성자의 편안한 모습이 담겨 있는데, 정형화 되지 않은 나한의 얼굴 표현은 고려시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br/>나주 불회사에서는 나한의 얼굴 조각 243점을 비롯해서 불상과 나한상이 수백점이 발견되었다. 눈을 감거나 생각에 잠긴 모습의 나한상 얼굴들이 눈길을 끈다.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 중 한 구는 대좌 바닥에 「正德十一年丙子化主慶熙」 라는 글이 새겨져 있어 1516년 병자년에 경희스님의 불사佛事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검고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견고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담양 서봉사 터 나한상은 비교적 암질이 무른 돌에 조각되어 얼굴 표현이 섬세하다. <br/><br/>나한 미디어 아트: 일상과 우주가 닿은 한 순간 <br/>전시의 마지막은 나한의 깨달음의 길을 따라가 보는 미디어 아트로 마무리된다. <br/>피오나 애플이 다시 부른 비틀즈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를 배경으로 별이 뜨는 깊은 밤에서 여명이 비추는 새벽까지,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 본다. 존 레논이 일상의 한 순간을 담은 가사로 시작했다가 우주를 노래한 곡으로 완성했던 그 순간은 보통의 삶에서 가끔은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그 때와 맞닿아 있지는 않을까. 동심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저 별빛은 수 백 만 년 전의 빛이라는데, 그렇다면 내 앞의 나한은 시간을 기준으로 해도 너무 가깝지 않은가. <br/>나한이 상징하는 ‘번뇌에서 벗어난 완전한 깨달음, 완전한 자유’는 우리들에게 종교나 <br/>철학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바람일 것이다. 특별전 〈깨달은 수행자, 나한〉에서는 90점의 나한을 ‘바라봄’으로써 해방되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바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br/>여러 수행자의 모습을 한 나한의 얼굴은 바라보는 사람을 무루無漏(번뇌가 없음)의 길로 이끈다. 나한과의 만남이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이 되기를, 분주한 일상에 위안이 되기를 바라본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 국립전주박물관으로 마음을 도닥이는 여행을 떠나보자. <br/><br/><br/>출저: 이혜경, 「번뇌를 넘어 깨달음으로 정진했던 나한羅漢에게로」, 『박물관신문 617호』, 2023. 01.<br/><br/><br/>도판1)<br/>가사를 두른 나한<br/>전체높이 35.2cm, 영월 창령사 터 출토,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춘천 34252<br/><br/>도판2)<br/>옆을 바라보는 나한<br/>높이 26.8cm, 영월 창령사 터, 춘천 34231과 춘천 34407의 접합<br/><br/>도판3)<br/>수행하는 나한<br/>높이 38.8cm, 담양 서봉사 터 출토, 부여 1700<br/><br/>도판4)<br/>1부 ‘나한과 마주 봄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 전시 장면<br/><br/>도판5)<br/>2부 ‘전라도와 강원도의 나한’ 전시 장면<br/><br/>도판6)<br/>나주 불회사 나한의 얼굴들(하단 좌측에서 두 번째) <br/>높이 16.0cm,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광주 3164<br/><br/>도판7)<br/>3부 ‘나한 미디어 아트’<br/><br/>도판8)<br/>3부 전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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