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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석전의 또 다른 벗, 가야금과 거문고

  • 작성자플랜아이
  • 작성일 2024.03.28
  • 조회수93
서예가 석전의 또 다른 벗, 가야금과 거문고<br/>양수연(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br/><br/> 작년 소식지에서 석전기념실 개편을 맞이하며 석전 황욱(石田 黃旭, 1898~1993)의 서예가로서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전해드렸습니다. 서예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악필법’으로 잘 알려진 석전선생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서예가입니다. 서예가 석전선생에게는 오랜 기간 곁을 지켜온 벗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립전주박물관 석전기념실에 전시된 거문고와 가야금입니다. 이번 달 박물관 소식지에서는 석전선생의 가야금과 거문고가 가지는 의미를 세 가지 소장품들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액자소장품 사진에 황 1327 추가)<br/> 먼저 살펴볼 소장품은 〈금서사십년(琴書四十年)〉 액자입니다. 〈금서사십년(琴書四十年)〉액자에는 ‘금서사십년(琴書四十年) 물기헌주인(勿欺軒主人) 팔십사옹(八十四翁) 석전(石田)’이라 적혀있습니다. ‘금서사십년’의 의미는 ‘거문고와 글씨로 지낸 사십년’ 이라는 뜻으로『주자전서(朱子全書)』「무이정사 잡영(武夷精舍 雜詠)」의 시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이 자신의 시 「자탄(自嘆)」에서도 인용한 구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br/> 그리고 석전선생이 인용한「무이정사 잡영(武夷精舍 雜詠)」의 오언시 전문은 거문고를 연주하고 글씨를 쓰며 자연에서 사는 삶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는 석전선생이 23세에 금강산에서 망국의 한을 달래며 서예에 전념한 부분과 57세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세몰락을 겪고 전주와 고창에 은거하며 지필묵과 시, 거문고로 한적함을 달래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되는 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br/> 그렇다면 서예가 석전선생의 삶을 옆에서 지켜온 가야금과 거문고는 어떤 소장품일까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 고수환 악기장의 작품으로도 알려진 석전선생의 가야금은 산조가야금(散調伽倻琴)입니다. 산조가야금은 19세기 말 개량된 가야금으로 기존 정악 가야금보다 높고 빠른 음역을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민속음악과 판소리의 영향을 받아 개량된 가야금입니다. 이렇게 두 거장의 손을 거친 산조가야금에는 기쁜 일이 잇달아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한자 쌍 희(囍)자가 새겨져 있고, 가야금 줄의 장력을 조절하는 부들이 단정하게 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석전선생의 가야금은 전라북도의 예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r/> 석전선생의 거문고는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밤나무로 만들어진 거문고입니다. 거문고의 뒷면에는 석전 선생의 필체로 거문고의 내력과 조부의 가르침이 적혀있습니다. 그 내용은 지리산에서 폭포, 번개, 불을 맞은 나무가 거문고로 만들어져 석전 선생의 집안에 전해 내려오게 된 과정과 석전 선생의 조부 황종윤 선생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두 가지 가르침인 ‘물건은 사람에 의해 그릇이 되고 사람 또한 물건으로 내세에 이름이 오르게 되니 사람과 물건은 서로 얻는 것’ 그리고 ‘예가 지나치면 어긋나고 악이 지나치면 방탕해짐을 경계하라’가 적혀져 있습니다. 이처럼 석전 선생이 거문고의 내력과 조부의 가르침을 거문고에 적어 후세에 전달하고자 한 부분은 석전선생이 옛 선인들의 기록과 교훈을 소중히 하였음을 보여줍니다. <br/>  지금까지 서예가 석전선생의 곁을 지켜온 가야금와 거문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서예가 석전선생의 가야금과 거문고는 단순한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한 악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두 소장품은 전라북도 예술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석전선생과 근·현대의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낸 벗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석전선생의 삶, 한 부분을 조명하고, 선인들의 기록과 지혜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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